[에스더 1장] 하나님의 일하심의 방식들

우연인가 섭리인가

에스더서 안에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에스더 1장부터 이어지는 스토리는 철저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다. 아하수에로 왕과 와스디 왕비 사이에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라(에스더 1장). 왕의 명령에 왕비가 불복종하여 결국 신하들의 권유로 왕비가 폐위되는 사건이 잔치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어쩌면 아하수에로 왕의 술기운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고, 그 순간 여성 특유의 자존심이 왕비에게 강하게 발현된 탓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새로운 왕비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즉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에스더의 등장을 위한 전조(前兆)임은 분명하다.

이에 대하여 에스더 1장은 비록 하나님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성경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파악하도록 유도하면서 이 일이 우연의 소산물인지, 섭리의 계획하심인지를 판단하게끔 해준다. 한번 읽고, 또 읽어봐도 에스더의 등장을 위한 치밀하게 계산된 하나님의 포석(布石: 미리 준비됨)이라 여겨진다. 비록 직접 하나님께서 등장하지 않지만, 역사와 인간과 상황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치밀하고 철저하게 계획하셔서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서 일하신다. 이것을 우리는 ‘섭리(攝理)’라고 부르며, 이는 무한하신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에 근거한다.

과거와 지금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우리는 ‘우연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비록 공기가 눈에 보지 않지만 존재하고 그것을 숨 쉬듯이, 하나님께서도 우리 육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상황에서 섭리하신다. 그것도 그 분의 지혜와 사랑이 최대한 동원되어서 일하신다. 그렇다면 그 분의 일하심은 누구를 중심으로 해서, 또 무엇을 위해서 일하실까?

중심과 관심

하나님의 일하심은 하나님 중심(中心)으로 일하신다. 그래서 사람이 도무지 예측하기 힘들다. 심지어 재림의 날과 그 시기 조차도 하나님 “아버지의 권한 아래에 있다”고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다(마 24:36절). 모든 것은 하나님 중심이다. 이를 ‘하나님의 주권(主權)’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하나님의 일하심에는 또 다른 동기가 하나 더 있다. 그 분의 일하심의 동기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에 대한 지대한 관심(關心)이다. 에스더 1장은 하나님 중심으로 짜놓은 판에 위에 아하수에로 왕과 와스디 왕비가 잠시 사용된 후, 와스디는 역사의 무대 위에서 사라진다. 하나님의 조명은 계속해서 와스디 왕비의 빈 의자를 비춘다. 1장의 주된 관심사는 아하스에로 왕도 아니고, 와스디 왕비도 아니며, 왕의 신하들도 아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오직 앞으로 에스더가 앉게 될 왕후의 빈 의자에 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자기중심(하나님의 주권)으로 일하심과 동시에 우리를 향한 지대한 관심으로 일하신다. 결국 하나님은 그 분께서 사랑하시는 자녀인 우리를 위해 일하신다.

지금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일 속에 우리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관심이 우리 각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하나님을 믿고, 그 분을 사랑하고, 그 분께 기도하고 있다면, 섭리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관심을 믿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성도의 믿음’이다.

그래서 히브리서 저자는 그 믿음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새번역, 히 11:1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그렇다! 하나님의 관심에 대한 확신이 믿음이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일하심의 증거가 믿음이다. 그런 믿음이 있기를 바란다. 아멘.

주님, 섭리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우리를 향한 관심으로 일해 나가심을 믿는 믿음을 주소서. 그 믿음으로 지금의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믿음의 주인 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